1. 생후 한 달 간의 신생아기가 끝나면서 우리 부부는 수면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우리의 불편함은 둘째치고, 시도 때도 없이 깨서 오징어를 굽는(?) 아이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NICU에서 근무하는 아내가 아이 다루기 능숙했기에 빠른 처치가 가능했지만 이 또한 얼마 가지 못할 것을 우리는 예감했다.


2.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이런저런 육아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 맘까페나 블로그의 출처불명 정보들은 최대한 배제했고, 소아과 전문의의 책 위주로 많이 읽으면서 생후 6주경부터 수면교육을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주로 하정훈 선생의 책을 많이 읽었다.


3. 수면교육의 시작은 낮과 밤의 구분이다. 낮에는 밝고 활동을 해야하는 시간, 밤에는 어둡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을 알려줘야 한다. 당연히 시간을 맞추어 집안 조명과 소음을 제어해주어야 한다. 잠들기 전 마지막 수유시간도 맞춰주어야 했다. 우리 누워야 할 시간을 7시~8시로 잡고, 6시쯤 수유를 시작하여 충분히 소화시킬 시간을 주었다. 누워서 짜증을 내는 아기는 스스로 진정할 수 있도록 부모는 적당히 기다려주어야 한다.


4. 6주부터 시작한 수면교육은 9주 즈음부터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림에서처럼 조금씩 한번에 자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더니, 80일 즈음부터는 아침 6시까지 자는 푹 자고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패턴을 만들어두면 아기는 좋은 컨디션으로 낮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푹자며 피로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5. 어떤 아이 엄마들은 "우리 아이가 10시간 이상 통잠을 잤어요" 라며 주변 엄마들에게 자랑을 하곤 한다. 하지만 밤새 아이가 보낸 10시간이 어떠하였는지 부모가 잘 관찰해보지 않았다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지나갔을수도 있다. 우리 아이의 수면교육 이야기를 담당 주치의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교수님은 대뜸 밤새 아이가 식은 땀을 흘리지는 않았는지, 혹은 일어나서 짜증을 많이 내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셨다. 


6. 바로 저혈당 문제다. 그리고 저혈당에 빠져버리면 (흔치 않지만) 심각한 경우 뇌손상까지 일으킬수도 있다. 수면교육 중에는 아이가 자다가 조금 보채더라도 다시 스스로 잠들수 있도록 두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가 정말 잠에서 살짝 깨서 칭얼거렸는지, 배가 너무 고파 잠에서 깨어났는지는 부모가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 수면교육을 시키겠노라고 야간에 수유를 하던 아이를 갑자기 밤새 굶겨선 안된다. 배가 고파하면 야간 수유를 해주고, 야간 수유량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 또한 수면교육중에는 지속적으로 아이를 체크하며 점차 잠이 늘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7. 쓸데없이 말이 길어진다. 사실 모든 일에는 정답이 없다. 아이 한명 한명이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면교육의 세세한 방법 또한 모두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부모가 마음을 먹었다면 꾸준히, 그리고 단호하게 나아가야 하는게 원칙이다. 시중에 훌륭한 전문가들의 좋은 책들이 많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원칙을 지키지 못해서이다. 우는 아이가 마음이 아파서, 내가 시간이 없어서... 등등 이유는 많다. 정말 그럴까?


8. 부모가 되었다면 확고한 교육관을 가지자.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부모들이 겪는 실패들의 대부분은 확고한 교육관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교육관은 철저한 자기학습에서 만들어진다. 물론 수면교육이 부모의 교육관과 맞지 않다면 그것도 존중되어야 하나, 아이의 적극적인 교육을 원하는 부모라면 그에 맞는 내용들을 미리 부모가 교육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9. 그래서 나는 흔히 말하는 "베이비페어"식 교육문화를 경멸한다. 아이들을 위한다는 온갖 조기교육 상품들과 학습지, 책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사서 아이들에게 건네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어떤 내용을 학습하는지, 아니, 관심을 가지고나 있는지 알고 있는가? 아이는 노래가 나온다는 테이프를 사서 억지로 건내는 부모의 모습보다, 노래를 직접 불러주는 부모를 원한다. 아이는 테이프가 필요한게 아니라 믿고 의지하고 따라할 부모를 필요로 하니까 말이다. 지금 "베이비페어"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 아니라 아이 가진 부모들의 쇼핑놀이터가 되어버렸다. 결국 수면교육을 포함해 아이가 태어나서 성인으로 성장하기까지 받는 모든 교육에 대해 부모는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는 부모가 교육내용은 모른채 "베이비페어"식 늘어놓기 교육으로 일관하지 말아야 한다.


10. 나는 교육 전문가도, 의학 전문가도 아닌 한 아이의 아빠다. 주제 넘게 이런 말들을 공개적인 장소에 끄적거리는 이유는 별 것 없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래의 내 딸에게 '아빠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며 널 키웠다'라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자라서 화려하게 꿈을 꽃피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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